[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가정폭력'처벌법']
2015년 한 해, 대한민국에서는 최소 93명의 '아내'들이 가해자 남편으로부터 목숨을 위협받거나 살해당했습니다(한국여성의전화, 2016).
가해자의 폭력 혹은 살해의 주된 동기 (변명)
'이사오기 전의 노인정과 성당에 계속 다녀서'
'설익은 강낭콩 껍질을 벗겨서'
'함께 술을 마시는 도중 휴대전화만 봐서'
'집에 늦게 들어와서'
'묻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아서'
'타 지역에 가서 함께 살기를 거부해서'
아내 폭력의 '이유'?
여성은 한 인간이 아닌 '어머니'나 '아내'로서, 언제나 '누군가를 위해'
존재해야한다고 여기는 사회
'여자라면 으레 어때야 한다'고 믿는 성차별적인 사회
여성은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해야 할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폭력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며 견뎌왔습니다
그러나 남편이 가하는 폭력은 '설익는 강낭콩 껍질을 벗겨서'와 같이
자의적이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발생하며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아내'에게 행사됩니다.
-1983년, 결혼 후 남편에게 폭력을 당한 여성 비율 42.2% (한국여성의전화)
-1997년,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되었으나
-2010년, 가정폭력 경험율 53.8% (여성가족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정폭력방지법.
'맞을만한 짓'을 했기 때문에?
혹은 '끼어들 수 없는 남(성)의 가정사', '집안일'이기 때문에?
특히 일선에서 피해여성의 생명권을 보장해야 할 경찰의 인식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가정폭력 사건은 가정 안에서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고 응답한 비율 57.9%
-'경찰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35%
현행 가정폭력방지법의 목적에 관한 조항은 '가정폭력 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는 것이라 시작합니다.
피해여성의 인권 보장은 부차적인 것이며, 회복과 보호의 대상은 오히려 폭력의 현장인 '가정'이라는 법의 목적을 살펴보자니 놀라운 결과도 아닙니다.
가정을 회복하여 지키고자 하는 법체게에서 가해자 처벌은 당연히 주 관심사가 아니었고, 실상 이루어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경찰 신고 뒤 아무런 법적 조치를 받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이 58.3%(여성가족부, 2013)
-재판청구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불기소 처분 비율은 2013년 60.4%(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4)
그나마 피해여성의 신변보호를 위한 접근행위금지, 친권행사제한처분 비율은 2014년 기준 0.6%
그러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불처분 30%, 상담위탁 처분 19.2%, 사회봉사명령처분 9.3% (법원행정처, 2015
가해자에게는 처벌을 면해주고, 피해자의 신변은 보호하지 않는 현행 가정폭력방지법의 실상입니다.
2007년부터는 법원까지 갈 것도 없이 검찰 단계에서 상담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처벌을 면해주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가 등장하면서 가해자들은 법원에 가서 재판을 통해 상담처분을 받는 수고로움(!)없이 검찰 단게에서 상담을 받기만 하면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아내폭력이 처벌받는 범죄이기보다는 상담으로 해결될 일탈 행위 정도로 인식되는 것을 강화하는 데 톡톡히 기여하고 있습니다.
범죄행위에 대한 국가적 처벌이 상담을 받는 정도로 끝나는 범죄,
바로 아내폭력입니다.
폭력이란 서로가 가진 권력이 동등하지 않은 관계,
열등하다고 간주되는 존재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극단적으로 표현되는 행위입니다.
여성들에게 폭력의 경험은 자신이 상대방과 실제론 동등한 존재가 아님을 깨닫은 것이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무너지는 경험입니다.
여성들 중 누군가는 ' 그 곳'을 떠날 수 있었고,
누군가는 '그 곳'에서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 가해자에 의해 목슴을 잃었습니다.
누군가는 가정을 지키려는 사회 앞에 수없이 발길을 뗐다가도 돌리며
여전히 '그 곳', 가정에 있습니다.
'그 곳'에서 살아남는 문제를 여성에게 떠안기지 않으려면,
'가정폭력 근절'이 껍데기만 남은 구호가 되지 않으려면,
가해자를 분명히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전면적으로 구축되어야 합니다.